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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 초청된 봉준호감독의 마스터클래스 내용

꾸준갑 2017. 9. 13. 00:01





Master Class In TIFF

 


Bong Joon Ho


 




 

[호스트와 대화]


-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ㄴ> 배고파서 일어나죠.


(웃음)


ㄴ>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 문을 열어요.


(웃음)


- 아침에 일어나면 주로 뭐하시나요?


 

ㄴ> 일어나서 영화봐요. 

나이 들수록 영화보면서 중간에 피곤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푹 자고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맑기 때문에 영화보기 좋은 타이밍이예요.

그래서 일어났을 때 DVD나 블루레이를 Pick하죠.

 


- 아 좀 더 제대로 관람하시려고요?


ㄴ> 네. 좀 집중해서 보려고하는거죠.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영화보면 좀 다른가요?


 

ㄴ> 기분이 좋아지죠. 저로서는 하루를 시작하는 걸로 최상의 일과입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강아지도 자고있기 때문에 혼자 집중해서 보기 좋은 환경입니다.

 


(웃음)

 


 

- 시나리오는 언제 쓰시나요?


 

ㄴ> 네 지금도 시나리오를 쓰고있는중인데요. 

지금도 호텔에서 쓰다가 왔어요.

 


 

저는 보통 시나리오 쓸 때 랩탑이나 아이패드 들고다니면서 주로 카페에서 많이 써요. 

특히 방이나 고립 된 공간에서 집중이 안되서 못쓰겠어요.

카페나 특정 장소에 작업하면 바닥에서 수면을 취하지는 못하니까 더 집중이 잘 됩니다.

여기 계신분들중에 작가이신분들은 아마 공감 되실 거예요.

 


 

그리고 J.J.에이브럼스랑 얼마전 같이 밥먹으면서 물어보니까

자기도 주로 카페 전전하면서 작업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작업했던 카페는 훗날 사라지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웃음)


 

제가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니는데 조용하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즉, 장사가 잘 안된다는 거 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나타나면 카페 주인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 작품을 만드실 때 주로 어떻게 시작하시나요?


 

ㄴ> 항상 출발점은 개인적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늘 우연한 이미지나, 사물, 인물 등을 통해 출발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들이 경사길을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납니다.

 


 

그 불어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관찰도 하고, 리서치도하고, 제가 모으는 영화,책들이 덕지덕지 붙게 되는데 

이런식으로 시작은 늘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합니다.

 

 

P.S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리서치와 취재 등에 너무 매몰 되고 얽메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신이 조사한 것에 너무 맹신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드네요.


 

- 우리가 2013년 BIFF에서 만났었는데 그 당시에 봉감독님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옥자>를 만드신후에는 혹시 변화가 생기셨나요?

(호스트는 '리치 메타'라는 다큐멘터리 감독)

 


 

ㄴ> 네 저희가 2013년에 만났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고기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옥자>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더군요.

 


 

<옥자>를 준비하면서 콜로라도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도살장을 방문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관찰하고 조사하면서 느꼈던 배설,뼈,피 등 여러가지 냄새들이 계속 환각적으로 맴돌면서 

어떤 철학적 고민과 사상이 담긴 결정보단 육체적으로 거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기를 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4년간 큰 변화들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은 영화와 제 삶이 크게 분리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괴물>에서의 돌연변이는 나중에 보니까 정말 한강에 살고 있었나요?


(웃음)


ㄴ> 제가 연쇄살인을 해보고 <살인의 추억>을 만든 건 아니잖아요?


(웃음)


 

경험한적도 없고, 앞으로 체험할 일도 없을 것 같은 일을 창조해내는 게

우리 직업인 거니까요.

 


그러나 창작의 과정들은 어쩔 수 없이 삶과 연결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 필모그래피를 보시면

<괴물>과 <설국열차> 사이에 <마더>가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그 영화를 보셨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7~8년간 저한테 다른 작품들 제외하고, 

<마더>에 대한 말씀은 크게 안하세요.

 


(웃음)


 

저는 절대 우리 어머니를 모델로 적용해 만든 영화가 아닌데,

본인께서는 영화 보시고 감정이 복잡하셨나봐요.

 

 

저는 무서워서 먼저 질문을 잘 못드리고 있습니다. 

괜히 먼저 질문 드리지 않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웃음)


 

아마도 저의 의도와는 별개로 

저희 어머니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셨을 수도 있겠죠.

 

 

근데 이건 저희 어머니 뿐 아니라 모든 어머니들이 다 발견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괴물 같은 엄마이지만, '엄마'라는 보편적인 존재가 나오니까요.

 


 

그리고 <살인의 추억> 같은 경우는 실제 제가 그 시대를 살아봐서 잘 알아요.

제가 고등학생,대학생 시절에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이라 개인적인 기억도 강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일상적인 폭력의 분위기들이 나오잖아요?

저도 특히 그 시대를 겪어본 세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억이 강합니다.

 


 

- 봉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 섞여 있잖아요?

가벼웠다가 갑자기 무거워지고, 심각했다가 갑자기 우스워지고

진지함 속에 유머들이 있는데 이렇게 여러가지를 믹스 시키는 부분들이 인상적입니다.

 


 

ㄴ> 늘 여러 영화제에서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딱히 의도하는 건 없어요.

항상 시나리오 쓸 때랑 작업할 때는 몰랐던 것이 편집을 하고 결과물들을 보면서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쿠엔틴 타란티노나 코엔 형제는 장르를 뒤 섞는 스타일을 갖고있는데,

저는 특별히 의도적으로 결합하고 배치해서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웃음)


 

저는 정말 한가지에 정착하지를 못해요. 

심각한 상황에서 혼자 이상한 웃긴 생각을 하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모습들을 생각해서 그런지 

그러한 부분들 때문에 제 영화들 속에서 이런 이상한 유머들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 주로 어떤 영화들을 보며 자라 오셨나요?


ㄴ> 대학생 때, 영화 동아리 시절이나 어렸을 때 본 제 세포 속에 들어와 있는 영화들은

 

60~70년대 미국영화들이었어요.

AFKN이라는 주한미군방송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들을 많이 방영해줬습니다.

 

 


어린시절 저는 영어를 잘 모르니까 내러티브들을 혼자 상상하면서 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영화들이 브라이언 드 팔마, 존 카펜터, 샘 페킨파 영화들이었습니다.

 

 


특히 제 어린시절은 시네마테크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TV라는 매체를 통해

 

미국이나 유럽영화들을 많이 봤습니다.


- 봉감독님은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ㄴ> 저는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해본적도 없고요.

그렇지만 영화적인 아름다움이나 흥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닐까요?

 

 


딱 하나의 이미지나 장면이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전체'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이미지나 장면이 각인 된다면

 

그것보다 강렬한 경험이나 추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 저도 여기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를 봤었는데, 한 이미지가 계속 강렬하게 박혀있어요.

 


- 그렇다면 사람들은 계속 영화를 볼까요?


ㄴ> 그럼요. '영화'는 영원할 것 같습니다.


- 봉감독님의 요즘 정서는 어떤가요?


 

ㄴ> 어려운 질문인데요, 항상 불안합니다. 영화 찍을 때 그나마 그 불안이 해소 되는 것 같아요.

(호스트 가리키며) 양말이 참 예쁘네요.

 


(웃음)


- 감독님을 위해서 신고왔습니다. 자 그렇다면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돌려볼께요.

 


 

[관객들과 대화]


Q. 제가 봉준호 감독님 정말 광팬입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도 좋아하는데 봉감독님은 홍감독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네 저도 홍상수 감독님 오랜팬이예요. 그분의 데뷔작부터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DVD를 소장하고있고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보면 늘 소주병이 등장하잖아요? 같이 소주를 마신적이 있는데 굉장히 매력있으신분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가지고있는 묘한 마술적인면들이 있어요.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항상 반복되는 요소들도 많잖아요.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을 만드셨지만, 

그 필모그래피가 크게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면 다릅니다.

 

 


그런 측면에서보면 끊임없이 계속해서 실험해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Q. 봉준호 감독님 작품세계의 키워드로 사회와 인간은 중요한 요소인데

봉감독님이 보시는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A. 글쎄요. 이건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더 넓지 않나요?

숲속에서 보는 것 보다 숲 밖에서 보는 게 숲이 더 잘보이는 것 처럼요.


 

음, 사회가 좀 격렬해요. 6.25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60여년동안 엄청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최근 6개월만 생각해봐도 대통령 관련 된 사건들은 신문 보셨다면 아마 다 아실 것 같습니다.

 

 

그만큼 크리에이터들이 영감을 받기 좋습니다. 워낙 격동적이고 역동적이니까요.

몬트리올에서 10년간 벌어질 일들이 한국에선 한달동안 벌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웃음) 

 


 

 

Q. 우선 <옥자> 같은 좋은영화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특히 전세계 채식주의자들에게 <옥자>는 하나의 상징이자 클래식 같은 영화가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감사드립니다. 근데 제 자신이 비건이 아니고 계란이나 해산물에 대한 집착을 못버려서 너무 죄송해지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Q.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작업한 비하인스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평소 그의 작업에 대해 존경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리우스 감독님이 보는 한국의 자연, 한국의 도시 풍경도 궁금했습니다.

피사체이건, 공간이건 그곳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했을 때의 낯섬도 궁금했고요.

그리고 다리우스 감독님하고도 같이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하면서 스스로의 흥분도도 높았어요.

그런부분들이 반영되길 바랐습니다.

 


 

<마더><설국열차>를 같이 작업했던 홍경표 촬영감독님과는 <기생충>에서 함께할 예정이고,

차차기작 헐리웃 영화는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님과 다시 함께할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Q. <옥자>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사가 "통역은 신성한거다" 잖아요?

혹시 봉감독님이 통역으로 인해 벌어지며 겪은 경험들을 옥자와 미자에게 반영한 부분도 있는 건 가요?


(웃음)


A. (자신의 통역사를 바라보며) 우리 통역은 문제 없습니다.

(통역사를 가리키며) He Is Nice Guy!


(웃음)


이건 제 일은 아니고 제가 들은 에피소드인데

(통역사 바라보며) 너 이거 얘기 잘해야겠다.


(웃음)


런던영화제에서 있었던 일인데 어떤 감독이 기자회견에 어떤 말들을 했는데

그분의 통역사가 그 감독의 철학과 사상에 동의하지 않아서 그 말들을 통역하지 않았데요.

그래서 통역하시는분이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하니까

감독은 그냥 통역하라고하고 싸웠다는 거예요.


(웃음)


 

하지만 그런부분들을 <옥자>에 반영한적은 없습니다.

스티븐 연이 거짓말을해서 일이 생기고, 틸다 스윈튼도 선의라고하지만 어쨌든 거짓말을하고, 

미자 할아버지 변희봉 선생님도 손녀에게 거짓말을 하잖아요? 그만큼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가 않죠.

 


 

결국 이 영화에선 옥자와 미자만이 영혼이 통하며 거짓없이 소통을 이루고있는 건데

이렇게 옥자와 미자의 순수를 감싸고있는 아이러니들을 발생시키고 싶었습니다.

 

 


 

Q. 제가 봉준호 감독님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을 정도로 정말 존경하고있고 광팬인데요. 

특히 봉준호 감독님이 여러가지 장르를 믹스 시키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예를들어 <괴물>을 보면 몇몇 장면들은 가까이서보면 슬픈데 멀리서보면 웃기잖아요. 

이런식의 작업을 하실 때 어떤식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관객들이 거리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의도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직접 셋팅을하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Q. 배우들 디렉팅은 어떻게 하시나요?


A. 개인적으로 '디렉팅'이나, 연기를 '지도'한다라는 표현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일단은 배우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합니다.

그리고 저는 커버리지 없이 스토리보드대로 찍기 때문에 배우가 같은 연기 반복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일단 카메라 위치나 사이즈를 직접 제시를 하지만, 

배우들이 스테이지 위에 올랐을 때는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합니다. 즉흥연기도 장려합니다.

 


 

특히 감독이 원하는 것, 주문한 것 이상의 모습을 배우가 보여줬을 때 감독들은 제일 행복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럴 때 정말 고맙죠.

 

 

 

[호스트 마지막 질문]


- 영화 만드실 때 뭐가 가장 걱정 되시나요?


ㄴ>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어요. 

 


영화 찍을 때 "내가 상상한 모든 것대로 되지 않을거야"같은 게,

 

근데 사실 아무리 찍어도 그런부분들은 만족이 안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불안하게 찍은 모든 샷들이 전부 모여지면 끔찍한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나는 편집실에서 매일 울게 되겠지" 뭐 이런 생각도 들고요.


- 영화외적으로 걱정 되는 부분은요?


ㄴ> 그럴 여유는 없는 것 같아요.


- 영화감독이 안되셨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계셨을 것 같으세요?


ㄴ> 만화가. 만화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부터 많이 그리기도했어요.


-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이었습니다.


ㄴ> 감사합니다.

 


 




출처: dvdprime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 초청된 봉준호감독의 마스터클래스 내용입니다.